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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상점가를 빠져 나오자 전원 풍경이 펼쳐졌다.
바람 냄새에 어딘지 풀냄새가 섞여 있다.
배기 가스 냄새와 코를 찌르는 비료 냄새 때문에
노스텔지어한 감상을 느낄 만한 풍경은 절대 아니지만.
그녀는 자기가 사는 집 주위 풍경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도시 근처 풍경은 어디나 비슷했다.
획일화된 녹지 계획과 기획 상품마냥 지어진 건출물.
공장에서 뽑아낸 플라스틱 박스를 심어 놓은 것 같다.
현실임에도 지극히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풍경.
그 속을 걸어가는 공주님은 마치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나온 사람처럼 보였다.
언제부터 였을까, 나는 공주님을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어딘가 아주 먼 꿈나라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괴로워하는 공주님을.
이건 내 추측이지만.
그녀가 부적 삼아 소중히 여기고 있는 봉제 곰인형은
아마도 그녀가 어렸을 무렵, 동생에게 줬던 물건일 것이다.
너무 낡아서 실이 뜯어져 나가려 하는 곰인형.
조금이라도 험하게 다루면 솜이 삐져나올 것 같은 곰인형.
나는 곰인형에게서 내 모습을 보았다.
곰인형의 주인은 옛날에 죽었다.
하지만 그 자취는 오래도록 남아 그녀를 괴롭히고 있다.
꿈나라 사람인 그녀를 현실에 붙잡아 두는 유일한 도구이자
현실의 괴로움으로 그녀를 아프게 하는 고문 도구.
곰인형은 나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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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imiz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