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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상점가를 빠져 나오자 전원 풍경이 펼쳐졌다.
바람 냄새에 어딘지 풀냄새가 섞여 있다.
배기 가스 냄새와 코를 찌르는 비료 냄새 때문에
노스텔지어한 감상을 느낄 만한 풍경은 절대 아니지만.
그녀는 자기가 사는 집 주위 풍경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도시 근처 풍경은 어디나 비슷했다.
획일화된 녹지 계획과 기획 상품마냥 지어진 건출물.
공장에서 뽑아낸 플라스틱 박스를 심어 놓은 것 같다.
현실임에도 지극히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풍경.
그 속을 걸어가는 공주님은 마치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나온 사람처럼 보였다.
언제부터 였을까, 나는 공주님을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어딘가 아주 먼 꿈나라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괴로워하는 공주님을.
이건 내 추측이지만.
그녀가 부적 삼아 소중히 여기고 있는 봉제 곰인형은
아마도 그녀가 어렸을 무렵, 동생에게 줬던 물건일 것이다.
너무 낡아서 실이 뜯어져 나가려 하는 곰인형.
조금이라도 험하게 다루면 솜이 삐져나올 것 같은 곰인형.
나는 곰인형에게서 내 모습을 보았다.
곰인형의 주인은 옛날에 죽었다.
하지만 그 자취는 오래도록 남아 그녀를 괴롭히고 있다.
꿈나라 사람인 그녀를 현실에 붙잡아 두는 유일한 도구이자
현실의 괴로움으로 그녀를 아프게 하는 고문 도구.
곰인형은 나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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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믿어줄지 모르겠지만 이건 내 체험담이다.
그때 사건의 흐름을 소설처럼 쓰고 있긴 하지만.
소설처럼 쓴 건 당시 내 감정을 전하는데 이쪽이 좀 더 편하기 떄문이다.
몇가지 일은 이미 잊어버린데다, 조금 각색한 부분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그녀의 말투 같은 것.
실제로는 좀 더 간결하면서도 귀여운 말투였다.
내 글솜씨가 별로라서 겨우 이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게 안타깝다.
메일도 여기에 쓴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주고 받았다.
그녀와도, 오타쿠 친구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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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크리스마스 이브날, 데이트 대행 업체를 통해 여자를 소개받았다. 
필요 이상의 스킨쉽은 절대 금물, 계약 시간은 새벽녘까지.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가격 흥정은 깨끗히 포기했다.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본 다음 술자리를 가졌다.
그리고 다시 자리를 바꿔 한잔 더 하며 대화를 나눴다.
너무나 즐거웠지만 어느샌가 새벽이 되버렸다.
이런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약속된 시간이 끝났기 때문에 그녀를 역까지 배웅했다.
그러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나한테는 더 이상 시간을 연장할 돈이 없었다.
그러자 그녀는 자신이 돈을 낼 테니 같이 있어달라고 했다.
우리는 걸어온 길을 그대로 돌아가 근처 호텔에 들어갔다.
그리고 우리는 침대에 누운 채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 이상의 접촉은 일절 없었다.
머리카락에서 담배냄새와 어딘지 아련한 느낌의 화장품 냄새가 났다.
그녀의 핸드백에는 작은 핑크색 곰인형이 붙어 있었다.
이미지와 상당히 동떨어진 물건이라고 말하자
그녀는 곰인형을 보고 부적이라고 말했다.
다음날, 정말 오랜만에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상쾌한 기분을 느낀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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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어디에 걸어볼까? 

 우선 메일주소록에있는 악덕업자를 무작위로 추첨해서 걸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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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갔다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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